삶 인생 사랑

서글퍼지는 중년

예당 조선윤 2004. 12. 3. 10:19

      서글퍼지는 중년 / 藝堂 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같은 청춘을 영원히 누리고 싶은 인간의 간절한 소망은 엄연한 자연의 법칙이 존재하기에 더욱더 애절한지도 모릅니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비단결같이 부드럽고 우유빛같이 우아하게 느껴졌던 소녀시절 그리고 처녀시절의 피부는 사랑했던 그의 찬사로 더욱더 황홀하게 느껴졌던 기억을 지울 수 없는데... 야속하게도 세월은 흘러 흘러 피부엔 윤기도 마르고 눈가엔 주름살이 형성되고 뜨거웠던 손길도 무디어져 가면서 인생의 무상함이 갑자기 엄습해 오는듯 서글퍼지는 중년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지고 괜히 삐지고 토라지고... 이유없이 서글퍼지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내 삶의 시계가 멈춰선것같은 서글픔 소년이 되었다가 청년이 되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서글퍼지는 중년이 되었다가... 어쩌다가 유년의 원시인이 되고마는 테두리 안 윤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년이란 안정과 성취의 시기이며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족함이 내 자신의 능력으로 채워지는 독립과 풍요의 시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년도 완연한 중년 줄에 들어서고 보니 오늘도 여전히 갈등과 상실감과 의문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중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기이고 자신이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지도자적인 세대라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우리사회 중년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중년 남성과 여성이 중년의 위기감을 경험하며, 일에 대한 자아정체감이나 외모에 대한 자아정체감이 중년의 위기감에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로 지적되었습니다.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과 여전히 젊은이처럼 아름답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의 결핍이 중년에 위기감을 경험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중년을 위태롭고 불행하게 만드는 장본인은 시들어지는 젊음과 어린 시절에 그려보았던 확신에 차있는 미래의 그 모습을 지금의 내게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중년이 되는 법은 이 두 가지 장애물을 없애는 방법일터인데 행복한 중년이 되는 방법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준비와 중년이 인생의 결정판은 아니라는 중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입니다. 또 다른 정체성의 혼돈을 겪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러한 관점으로는 너그럽게 봐주기가 힘듭니다. 우리의 전 생애를 살펴본다면 한 단계에서 또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그 단계가 어느 단계이든 모두 힘들게 경험합니다. 아동기에서 사춘기를 넘어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정만을 유독 힘들고 요란하게들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마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른들도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매 한가지입니다. 청장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갈 때,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갈 때 모두 힘든 경험을 하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소리내서 아픈 척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때로 너무 감당하기 힘들때는 우울증이나 신경증 등이나 또 다른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른 자신들도 중년의 위기감을 경험한 이후에야 계산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나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들에 대해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포용도 생기게 된다고 봅니다. 행복한 중년을 맞이하는 방법 중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준비입니다. 점점 늙어 가는 외모 축축 쳐져서 탄력성은 찾아볼 수 없는 몸을 보면서 사라져 가는 젊음을 비탄하게 되고 급기야는 끊임없이 청춘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중년의 서글픔이 찾아듭니다 죽는 날까지 뽀얀 피부와 섹시한 몸매를 유지한다면 죽는 그 순간에 더 살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것입니다 늙어 가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준비는 사라져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너무 서글퍼 하지 마세요 순리로 당연하다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