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희미한 별빛도 잠재우고
쓸데없는 욕심으로 머리만 어지러워
작고 초라한 기대마져 허공에 흩뿌려도
다 비워내지 못하는 서글픈 진실 앞에
계절의 끝자락에 매달린 목마름을
밤 안개가 옷깃을 적신다.
바람은 허공일 뿐인데
왜 지나온 시간 쪽으로 내 발길은
휘몰아쳐 가는가
뒤돌아보면 살아낸 시간들
다만 바람의 취기에
마음을 떠밀렸을 뿐
눈밭에 흩뿌려진
별들의 깃털 거리에
차가운 달빛 가슴에 안으며
얼마를 더 떠밀려 가야
생의 상처 꽃가루로 흩날리며
바람에 가슴 다치지 않는 나비나 될까
제 몸을 남김없이 허물어
끝내 머물 세상마저 흔적 없는
바람의 충만한 침묵이여
메마른 나뭇가지
하나의 흔들림에도
고통의 무게는 작용하는 것
걸음이 걸음을 지우는 바람 속에서
내 마음 한 자락 날려 보내기엔
삶의 향기가 너무 무겁지 않은가
거리를 줄이고자 한걸음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허망으로 생채기만 남고
빈 웃음 억지 표정에 콧노래로 감추어도
저 깊은 마음속에서 터지는 한숨까진 막을 수 없어
오늘도 건강한척 허리 곧추 세우고
이 밤의 고독을 안고
새벽 붉으래 뜨는 희망의 빛을 생각하며
어둠속으로 사려지려니...
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그림처럼 흐른다해도
한결같이 삼천년을 그리움으로만 살아가는 하늘은
홀로서 야위어 간다.
바람아 불어라.
이슬아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