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의 시

無題

예당 조선윤 2004. 12. 28. 01:02
    無題 
    희미한 별빛도 잠재우고
    쓸데없는 욕심으로 머리만 어지러워 
    작고 초라한 기대마져 허공에 흩뿌려도 
    다 비워내지 못하는 서글픈 진실 앞에 
    계절의 끝자락에 매달린 목마름을 
    밤 안개가 옷깃을 적신다.
    바람은 허공일 뿐인데 
    왜 지나온 시간 쪽으로 내 발길은 
    휘몰아쳐 가는가 
    뒤돌아보면 살아낸 시간들 
    다만 바람의 취기에 
    마음을 떠밀렸을 뿐 
    눈밭에 흩뿌려진 
    별들의 깃털 거리에
    차가운 달빛 가슴에 안으며
    얼마를 더 떠밀려 가야 
    생의 상처 꽃가루로 흩날리며 
    바람에 가슴 다치지 않는 나비나 될까 
    제 몸을 남김없이 허물어 
    끝내 머물 세상마저 흔적 없는 
    바람의 충만한 침묵이여 
    메마른 나뭇가지 
    하나의 흔들림에도 
    고통의 무게는 작용하는 것 
    걸음이 걸음을 지우는 바람 속에서 
    내 마음 한 자락 날려 보내기엔 
    삶의 향기가 너무 무겁지 않은가 
    거리를 줄이고자 한걸음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허망으로 생채기만 남고 
    빈 웃음 억지 표정에 콧노래로 감추어도 
    저 깊은 마음속에서 터지는 한숨까진 막을 수 없어 
    오늘도 건강한척 허리 곧추 세우고 
    이 밤의 고독을 안고  
    새벽 붉으래 뜨는 희망의 빛을 생각하며 
    어둠속으로 사려지려니...
    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그림처럼 흐른다해도 
    한결같이 삼천년을 그리움으로만 살아가는 하늘은 
    홀로서 야위어 간다.    
    바람아 불어라.
    이슬아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