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堂의 칼럼

제사문화에 대하여

예당 조선윤 2005. 1.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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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문화에 대하여 / 藝堂 고려말기 주자학, 성리학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교는 아름다운 충효사상과 도덕기준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였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성리학자 주희가 만들어낸 제사법이 들어와 처음엔 궁중이나 귀족들간에 행해지다가 조선조가 시작되어 유교가 국교가 되면서 온 나라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민족의 조상제사는 약 6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조상제사는 사대 기제사와 설, 한식, 추석까지 합쳐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 년 내내 정신없이 돌아와 우리민족의 가난한 살림살이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중하고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해 사는 참 희한한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자손들이 죽은 조상을 섬기기 위해 살아가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 사람은 못 먹어도 조상이 먹을 제사는 차려야 했습니다. 남자들의 일, 특히 양반 사대부의 일이란 게 법도, 제삿법, 풍수지리 따지는게 전부였습니다. 종묘 제삿상에 굴비대가리를 동편으로 놓느냐 서편으로 놓느냐를 놓고 피를 부르는 당파싸움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베옷 입고 머리 풀고 삼 년 동안 곡하는 것이 또 효도였습니다. 집안 살림살이꼴, 사람꼴, 나라꼴이 말이 되었겠습니까 조상을 어떻게 모시느냐에 따라 사람이 평가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민족의 역사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안으로 오므라들기 시작하였고, 조상제사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더욱 처참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자손취급도 못 받는데 어딜 감히 갈 수 있겠습니까? 제사 땜에 백리길도 못 가서 되돌아와야 하는 모든 사람이 조상제사의 착고와 족쇄를 차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음놓고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조상제사 때문에 종묘와 선산 때문에 이 땅을 떠나 도망가거나 이민조차 갈 수 없었고, 오랑캐에게 짓밟히고, 일본에 나라 뺏기고 징용, 정신대 끌려가 욕을 당하고 죽기까지 했습니다. 아라비아까지 항해하던 장보고의 배, 최무선의 함포, 이순신의 거북선이 울고 있습니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만주벌판에 말달리던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지하에서 땅을 치고 있습니다. 혹가이도의 탄광에서, 남양군도의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 속에서, 이름 모를 섬의 위안소에서 일본군의 정액받이로 죽어간 영혼들이 통곡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는 것일까요 귀신이 되어 이 세상을 떠돌다가 제삿날 오는 것일까요? 지금 세계인구가 60억이 넘는데,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살다 간 인간의 수는 몇 백 억이나 될까요? 만일 사람이 죽어서 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 된다면 이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 보다 훨씬 많은 귀신들로 득시글거리는 그야말로 귀신천지가 아니겠습니까? 만일 사람이 죽어 그 영혼이 진짜로 귀신이 되고 제삿날 자손에게 돌아와 제삿상을 받을 수 있다면 누가 제사를 마다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린 기꺼이 조상 앞에 제사를 올리고 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불효막측한 자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조상의 영혼이 제삿상에 오시는 것일까요? 조상의 영혼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600년 동안 속아 온 것이 아닐까요? 이 조상제사가 우리 민족의 쇠사슬이요, 저주가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앞으로도 600년 전 중국인 주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조상제사를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요? 21세기의 지구촌 문명세계에서 세계만방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래야 하는 것일까요? 또 추석이 옵니다. 그 때마다 수천만 민족 대 이동이 벌어지고 전국의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것은 이젠 오늘날에는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까지 4대에 걸친 기제사를 모시느라 온 자손이, 온 집안이, 온 민족이, 일년 내내 족쇄 차고 고향 땅에 꼼짝도 못 하고 묶여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젠 그저 부모님 제사나 모시고 설과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시대가 되었고 또 자동차로 몇 시간이면 고향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인가요 600년 전 주희에게서 제사법을 배워 오더라도 일년 한 차례, 명절 때만 온 가족이 참석하는 정도로만 했더라도 얼마나 좋았을까요? 맞습니다. 명절을 지키고 조상을 기리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자식들이, 후손이 모여서 조상을 기리며 감사하고, 추모하며 이야기 나누고, 산소를 돌보고 생각만 해도 정겨운 그런 모습으로 부모 동기간, 친지간의 정을 나누는 것은 분명 영원히 이어가야 할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겨레의 미풍양속입니다만. 600년 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족쇄를 채워왔던 조상제사, 우리민족을 이토록 쪼그라뜨린 조상제사 주부들은 명절 증후군으로 시달려야하고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제사문화를 과감히 개선해야할것입니다 이제 우리 좀 심각하게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