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필때면 / 예당 조선윤
바람 부는 언덕
두견새 슬피 울때
기다렸던 감자꽃 피며는
밭고랑 벌어지고
아지매 하얀 수건 머리에 쓰고
어린것들 주린배 채워 주려
힘겹게 오르던 저 얕은 언덕
바구니에 호미 들고 감자밭에 앉았네.
눈길 한번 준 적 없는 정혼자 그림자 밟고
깊고 깊은 산골짝 서러운 새댁되어
감자꽃에 눈물짓고 소쩍새 울음에 한숨 섞어
밤과 낮을 길쌈하던 한숨으로 지은 옷에
좀이 슬고 훌훌 턴 그리움으로 낫질을 하고
베인 가슴이 백토 되던 날
꽁무니 뺀 버스 흙먼지처럼
신작로 길가에 먼지로 남았던
두메 산골 아낙네 섧디 선 얘기가 생각난다.
해마다 감자꽃이 필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