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堂의 산문
고석정을 찾아(1편)
예당 조선윤
2006. 2. 27. 20:32
가을 바람을 따라 고석정을 찾아 / 藝堂 곱게 물든 단풍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을 바람을 따라 나섰다 설악의 단풍 소식과는 달리 아직은 좀 이른 푸른빛이 감도는 들녁에는 가을 걷이가 거의 끝나가고 삼부연폭포의 회화적 감흥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문혜리 이곳에서 좀 달려가면 한탄강이다. 이 한탄강에도 궁예의 사연이 어려 있다. 그가 왕건에게 쫓겨 가는 것을 한탄하면서 이 강을 건넜다고 해서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한탄강은 또한 북쪽에서 발원하여 남한 땅으로 흘러오는데 이처럼 분단조국의 남북을 관통하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은 남북을 흐르는데 사람은 남북을 오가지 못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한탄스러운가 그래서 漢灘江 보다는 오히려 恨歎江이라고 부르는 것이 민족의 정서에 걸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한탄강을 건너 구철원 쪽으로 가면 유명한 승일교이다. 북한에서 건설을 시작한 후 남한에서 완공한 다리로 튼튼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다리의 이름에 대해서도 얽힌 사연이 많다. 김일성 주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승일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김일성을 이기자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철의 삼각지 전적기념관이다. 구철원지역을 답사하려면 전적지기념관을 반드시 들려야 한다. 기념관 2충에서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통행증을 발급하기 때문이다. 기념관 정문을 통과하면 마당에는 6.25당시 전투기들이 진열되어 있고 안쪽으로는 북한의 역사와 생산물에 대해서 전시해 놓았다. 기념관은 시대에 맞지않는것 같아 새롭게 단장했으면 좋겠다 광장에는 웅장한 임걱정의 동상이 있고 기념관을 나와서 동쪽으로 가면 고석정이 나타난다. 언뜻 보기에는 평지인데 갑자기 땅이 움푹 꺼지면서 협곡을 이루고 있어 매우 특이한 지형을 갖고 있는, 한탄강이 펼쳐 낸 비경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곳으로 삼부연폭포와 함께 철원팔경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시키는 장쾌한 풍경을 이루고 특히 용암이 녹으면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는 한탄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새로 지은 고석정이 있고 그 앞에는 고석바위가 있다. 구멍 뚫린 곰보돌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는데 그 돌이 바로 현무암이란다. 기암절벽과 소나무, 그리고 푸른 물줄기가 어우러져 이뤄내는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전적기념관에서 생긴 불쾌한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용암이 굳어 현무암이 될 때는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하는데, 강물의 침식작용으로 이 절리를 따라 암반이 떨어져 나가며 고석정과 같은 기암절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뛰어난 장인이 오랜 세월 깎고 다듬은 듯한 부드러운 곡선미의 기암절벽이 양쪽으로 웅장하게 둘러섰고, 강 가운데는 머리에 낙락장송 몇 그루를 인 기암봉이 솟아 멋을 더한다. 홀로 외로이 선 이 암봉이 고석암(孤石岩)이며, 이 암봉 주변 풍치를 즐기기 위해 신라 진평왕이 고석정이란 정자를 지은 이후 이곳 지명으로 굳었다. 흰눈을 인 이들 절벽과 기암과 정자가 어울려 자아내는 풍정이 제법 즐길 만하다. 낮게 목소리를 낮추어도 양쪽의 기암절벽에 웅웅, 메아리가 진다. 고석정의 풍치는 일찍이 신라 진평왕도 즐겼고 고려 충숙왕도 사랑했다고 한다. 조선조 명종 때의 의적 임꺽정이 이 고석정을 은신처로 삼았으며 토벌대가 나타나면 임꺽정은 한탄강물의 꺽지처럼 물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는 전설도 전하는데, 실제로 고석정 정자 맞은 편의 절벽 위에는 고석성이란 성의 유적이 남아 있다. 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