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강
藝堂/趙鮮允
떠나간 슬픔뒤에
누워버린 서러운 삶을 세우려 새벽을 깨우며
빗살에 출렁이는 안개숲을 지나
질곡의 흔적 삭히는 세월의 수레바퀴
사념의 가닥을 건져
피빛 날줄로 삶을 엮으며
성난파도 앞에 돛단배 처럼
출렁이는 갈등을 잠재우고
뼈를 깎는 고통이 있을지라도
하얀 속살 드러내는 아침이면
눈물이 이슬되어 내려도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강
세상 허무를 홀로지고 가는 목줄기와
현기증 나는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앞에 놓여있는 현실들만 생각하며
옹골지게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앓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세월에 순응하면서 바람같이 물같이
서러움이 목줄이 되어 성긴 가슴속에
나이를 차곡차곡 채우며
저만치 추억 바람에 실려
오늘도 세월의 강을 묵묵히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