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의 시

이팝 꽃

예당 조선윤 2006. 6. 4. 14:43

       
                   이팝 꽃 
                              藝堂/趙鮮允
      배고픈 설움 달래려 
      하얀 속살 드러낸 요정처럼
      함초롬한 꽃잎 
      졸린 눈 비벼가며 하늘 향해 피웠다
      한나절 길게 흘러 깊어진 향내 
      나무 바닥이 더 환하고 
      하늘에도 환한 꽃잎 깔려 
      파닥이는 꼬리짓으로 물길이 난다 
      냉기 몰아내며 지피던 군불 삭풍 불어도 
      주춤걸음 놓던 누이의 뒤안길처럼 
      피는 꽈리처럼 오물거리다 보면 
      마실나갈 철 이른 쑥나부랭이 입안 가득 채워지고 
      은은하게 눈꽃송이 하얀물결
      영혼의 향기 뿜으며 
      한나절 투명한 햇살에도 푸르게 
      살찌는 싱그런 꽃 속으로 여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