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藝堂/趙鮮允
연분홍 진달래가 곱게 핀 산자락에
울 엄니 가시던 날
하늘도 퍽이나 슬퍼
슬픈비 그렇게 내렸었지
열여덟 시집살이 사대부집 며느리 되어
위로 층층 시하 시 부모님 모시고
아래 식솔 거느리며 가문 법도 지켜가며
어려운 시집살이 숨도 크게 못 쉬면서
살으셨다는 울 엄니
옥녀봉 보름달 둥그레 떠 오르면
뒷곁 감나무 아래 이끼낀 바위돌 위에
정한수 떠 놓고서 자식위해 치성 드리시던 울 엄니
쪽진 머리 뒷 모습이 그리도 고우시더니만
외롭고 허허로운 산정에
80평생 누이고 계실 울 엄니 앞에서면
들려 오는 그 목소리
가문에 먹칠하면 안 되는겨
봉분위 보라색 제비꽃 하나
엎드려 절하는 내게 화사한 웃음 보낸다
우리 엄니 웃음일까
막내야!
잘 살아야 돼
뿌리를 중시 여겨야 되는겨
귓전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
우리엄니 목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