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堂의 산문

가을 그 어느날

예당 조선윤 2006. 10. 30. 09:26
 
가을 그 어느날 
                             예당/조선윤
열차로 떠나는 문학기행
동서커피 주체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기대와 설레임을 준다
서울역에서 집결하여 일행은 기차에 몸을 싣고
강원도 춘천을 향하여 신나게 달렸다
옻나무와 단풍나무는 가장 붉은 선홍색을 자랑하고 
산감나무, 벚나무는 주홍색으로 뽐낸다. 
격조 있는 노란색으로는 은행나무가 으뜸이라. 
산중턱의 참나무 군락이 하루하루 누렇게 물들어 가다가
어느 날 그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이것은 밤사이에 거대한 
황금사원으로 변모한 것을 발견 할 수가 있다. 
매년 지역별로 그 적기를 알려주는 매스컴의 서비스덕분에 설악을 시작으로 단풍 구경에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아무리 알려진 명소라 해도 단풍 또한 하늘이 베풀어 준 그해의 가을 선물이라는 것을 나는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추억의 명화를 회상 할 때 전체적인 스토리의 전개 못지않게 잊을 수 없는 멋진 장면이 떠오르는 것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크락 케이블이 불바다가 되어버린 아트란트 시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마차를 몰고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장면 같은- 나에게는 일생 지워지지 않은 단풍의 웅대한 스펙터클의 추억이 있다. 들녘에는 가을걷이가 막바지인 10월의 끝자락에 그곳에는 꿈에서도 그릴 수 없는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고 우리는 통쾌한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올해의 단풍은 긴 가을 가믐에 예년과는 못한것같지만 형언 할 수 없이 아름다움이 끝간데 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보는 사람을 황홀경으로 인도하기에 족한 거대한 도원경이 아닐 수 없었다. 천상에서 한 필로 짠 수백만평의 주황색 벨벳을 천제의 솜씨로 단번에 풀어 던진 장엄한 가을의 카펫이었던 것이다.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시장님과 한컷


그의 역사와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호반의 도시 춘천 근교에 자리잡은 김유정 문학관을 찾아서
그의 글귀에서처럼 알짜한 향기 풍기는 노랗게 물들은 동백나무를 보면서
감회에 젖어보는 시간
찬서리에 피어나는 산국의 향기에 매료되어
웅장하게 뻗어오른 잣나무숲 아래서 
문학 강의를 들으며 문학의 시간으로 보낸 행복한 시간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고독과 빈곤 속에서 고향을 떠나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그만두었고
1929년 고향 춘성군 신동면 실레 마을로 돌아오셔서
늑막염을 앓기 시작한 이래 평생을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세워 불우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으며
1935년 '구인회'에 가담해 단편 30여 편과 장편 번역소설을 1편을 남겼다. 
29세 때 누나 집에서 결핵과 늑막염으로 사망 
1968년 춘천 의암호 옷바위 위에 시비가 세워졌다.
문학세계는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가 당선되었고 
같은 해 조선중앙일보에 노다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에 금따는 콩밭,개벽,만무방,아내,사해공론,봄봄,두꺼비와
시와 소설 동백꽃,생의 반려,슬픈 이야기,여성,땡볕,따라지 등을 발표했다. 
기생 옥화를 연모하여 엽서를 계속 보내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두꺼비에서의 이경호, 형의 방탕과 위세에 눌려 날마다 우울하게 보내는
기생 나명주를 연모하여 사랑의 편지를 쓰는 생의 반려에서의 명렬, 
소박맞고 온 누님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붙어사는
따라지에서의 무기력한 '톨스토이'등은 바로 그의 자화상이다.


그의 소설은 농촌을 무대로 한 것과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농촌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 소낙비,금 따는 콩밭,봄봄,동백꽃 등이 있으며,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정조,슬픈 이야기,두꺼비,따라지,땡볕 등이 있다. 
특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시대성이나 사회성을 외면한 채 단순히 
향토성만 살린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그의 작품에서는 1930년대 우리나라 
농민들의 비참한 삶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노름밑천 때문에 남편이 아내에게 몸을 팔게 하는 소낙비는 억압을 받고 
수확을 거부하는 두 형제를 다룬 만무방은 늘 배고파하던 7살 난 계집애가 생일 집에서 
과식해 병에 걸렸다는 떡 등은 당시 우리나라 농촌현실과 농민의 궁핍한 삶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그의 작품은 독특한 문체가 특징적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토속어와 직설적으로 토해내는 비속어, 
갖가지 비유와 풍부한 어휘 등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조사법 등은 김유정 특유의 문체이다. 
이러한 문체는 주로 우직하고 가난한 농민이나 무식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보여주었다.
소낙비에서는 '안말·싸리문·제누리·봉당' 등이 나오고
산골에서는 '떡머구리·버덩·지게·작대기' 등이 나오는데, 
이 작품들은 방언·토속어·비속어의 보고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강원도 농민의 속어와 방언을 쓴 구어체는 작중인물들의 생활실체를 보여주는 주요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며, 나아가 이런 문체는 도시가 갖는 세련미가 아닌 평범하고 속된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비속미를 낳는다. 비속미는 그의 소설에서 또하나의 특징인 웃음의 철학, 웃음의 심리학을 시도한 것과 관계가 깊다. 그의 문학세계는 본질적으로 희화적이며 골계미가 있다. 이런 점은 대표작 동백꽃에 잘 나타나 있고, 그밖에 봄봄,아내 등에서도 해학이 자연스런 즐거움이기보다 슬픔과 어처구니없음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상당히 비극적이면서도 해학적인데, 이때의 해학은 극단적 상황이나 조건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덮어두는 역할을 한다. 살아서 고통의 극점을 맛보았기로 불행했던 한사람, 그러나 그 고통을 온전히 감수하기로 죽어서 사랑 받고 축복 받는 작가가 있다면 그 중 한사람이 김유정이다. 1930년대의 결핵은 치명적 병이었다. 결핵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프로이드는 인간 심층심리를 이루고 있는 죽음 본능은 비극적 위엄을 갖고 있고, 그것을 수용하게 될 때 인간은 비극적 용기를 갖게 된다고 했다. 결핵진단을 받은 이후 김유정을 온통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바로 비극적 용기였다. 죽기 전까지도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 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그는 작품으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병풍처럼 둘러친 금병산 자락 잔나무 숲에서 오정해 소설가님의 강의로 문학의 열정은 익어가고 알싸한 향기 풍기는 동백나무는 샛노랗게 물들어 김유정 시인의 소설속을 거닐고 있었다 찬이슬에 피어나는 산국 향기 미소지으며 반기는 님의 향기 그리워 찾아온 가을 나그네는 김유정 시인의 이루지못한 사랑과 짧은 생애에 안스러움이 교차하고 전상국 소설가님이 자상하게 안내해주셔서 유익한 문학기행이 되었다 가을은 이미 가슴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200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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