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샘추위 예당/조선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고 언땅 풀린지 오래인데 김치독 깨지겠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 앞에 속수무책이다. 꽃봉우리 동사하겠다 봄 기운이 완연 하더니 공연히 심통을 부려 시샘이 매섭다. 꽃들은 채 매무새를 뽐내기도 전인데 바늘처럼 살갗을 파고든다. 지친 겨울의 끝, 물러날 기미없이 앙탈이다. 남풍은 언제쯤 지친 사람들 가슴에 불어와 봄꽃처럼 흐드러진 향기를 피워올릴까. 마지막 스러져가는 불빛도 깜박 숨을 거두기 전에는 한순간 더 환한 빛을 발하며 제 목숨을 거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제 존재를 알리려는 겨울 끝자락의 속셈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세상 이치란 그런 것인가. 순순히 물러갈것 같던 추위도 마지막 위세를 한 번 더 떨어보는 것 아닌가. 그래도 봄은 오는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