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그대여 퇴색된 낙옆이 길에 포장을 이루고 하늘이 훤이 보이는 나무 가지에는 생명을 다한 단풍이 쓸쓸이 떨어질 준비로 애처롭기만한데 바람이 쓸고간 자리에 낙옆만 수북히 쌓이고 옷깃을 여미게하는 찬기온이 벌써 겨울의 문턱에 왔나봅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가을이 온다고 설레던 순간이 어제 같은데 어느사이 이미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낼려는 준비도 없는데 벌써 저 만큼 가고 있으니 아무래도 잘 가라고 서운하지않게 보내야 할가 봅니다. 다 못한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싶은것 처럼 붉게 물들어 가엽게 매달려 있는 낙엽이 만추의 쓸쓸함이지만 잠시라도 화려했던 가을을 알아 달라는 듯 합니다. 이곳에서 글로 만난 그대여! 얼굴도 모르면서 가슴 깊이 흘러들어온 그대여! 우리 눈빛도 마주친적 없지만 숨겨둔 나의 마음을 살며시 올려놓았습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그대여! 그대를 향한 그리움의 샘물은 끝도 없이 솟아납니다 그대여! 선홍빛으로 그리워해도 되나요 on 창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스치면서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을 그대를 생각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대를 그리워해도 되나요 눈부신 햇살속 그대 모습 그려보아요 비가오는 날이면 온종일 창 밖의 비만 바라보는 모습도 그려요 눈가엔 벌써 이슬이 맺혀요 부는 바람의 향기는 나를 깨우네요 이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마음 그대는 아나요 그대를 좋아해도 되나요 언제나 그대 그리움에 이렇게 힘없이 쓰러져 이렇게 나 그대 생각에 혼자 울고 있잖아요 그대를 알고부터의 기다림 그 한마디로도 오랜 세월 그리워해도 될 이유가 되지요 작은 마음에 큰 낙엽 한잎 시처럼 내려 앉습니다 화려하게 마음 한번 흔들어 놓고 저리 또 가고 있는.. 이런 저런 상실처럼 아련함은 아마 빨강색이었을 가을이 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매달려 있든 그 나무밑에 쏟아진 낙엽들 색색이 다 말못하는 그리움 안고 곱게 물들었던 가슴 마져 내려서 나무에게 밑거름 되라며 다주고 사라지려나 봅니다. 다시만날 그들의 인연은 내년에 다시 사람들 가슴에 희망도 주고 슬픔도 주며 흔들리게 하겠지요. 언제 허락할 사이도 없었는데 내안에 들어와 있는 샛노란 은행잎 같은 그대의 그리움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을과 겨울을 뒤섞어 걸친 미틈달 11월수많은 열매들을 보면서 또는 바알갛게 상기된 모습으로 제 몸의 것들을 하나 둘씩 떨구어 내어 裸木이 되어가는 담담한 나무들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케 했던 내 나이 쉰여섯의 가을이었지요. 이미 무채색으로 비어가는 들녘의 어느 밭둑에 턱괴고 앉아 바싹 마른 참깨다발을 거꾸로 들고 털때 오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잡아 내 영혼이 평화롭기를 바랬고 한 입 베어 먹었을때 소리맑고 입안 가득 단 맛 깊은 한 겨울 무의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을 너무도 그리워했더랬지요. 이젠, 바스락거리는 낙엽위에 이렇게 가녀린 상념을 잠시 얹어 두었던 날들을 보내면서 올가을의 상념들을 하나하나 갈무리하고 차곡차곡 마음의 곳간에 거두어들여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 소중히 쓰리라 다짐해 봅니다 잘 모르는 그대지만 그리워 해도 되겠는지요 이곳에서 맺은 중년의 인연들 만나면 행복할 시간을 우리 만들려 합니다. 정담도 나누고 우리 사랑하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