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이 옛길에 반하다
예당 조선윤
미쁜 오월의 끝자락 꽃보다 더 고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신록 속으로 광진 문학기행을 강변역 1번 출구 테크노마트 앞에서 집결하여 아침 8시에 떠나게 되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려했는데 날씨도 축복받은 날에 충청권으로 떠나게 되어서 마음은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두 시간여 근거리에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아름다운 길이 있을 줄 미처 몰랐다. 먼저 뱃길로 하얀 물살을 가르며 괴산댐을 돌았는데 호수에 비춰진 자연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환호가 절로 나왔다. 트레킹 코스로 들어서자 괴산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된 옛길로서 흔적처럼 남아있는 그대로 복원된 산책로인데 구간 대부분을 나무데크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여 살아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막이 옛길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감탄사가 연발, 주말이라서 인파로 더 붐빈 과연 괴산의 명소답다.
괴산댐은 상징적으로 이 지역의 자랑거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더욱 값진 곳이며, 친환경 그대로 댐을 끼고 조성되어 괴산댐 호수와 어우러져 한국의 자연미를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어디를 가나 싱그러운 바람과 맑은 물, 푸른 숲이 있는 계곡이 많아 청정과 자연의 수려함이 극치를 이뤄 전국 최고라는 것이 괴산에 와본 사람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다.듣자하니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로 선정 되었다고 하니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된 것이다. 문인들은 남다른 감성을 가졌기에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도 배가 된다. 싱그럽게 스치는 바람의 느낌까지도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이 희열로 다가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리 건강하고 느낌이 남아있을 때 부지런히 여행 하리라 다짐해 본다. 모처럼 주어진 시간 마음은 벌써 하늘을 날고 수풀냄새 싱그러운 산바람과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강바람이 만나는 길을 걸으며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걸으면 맞춰지는 발걸음에 마음까지 버무리게 될 맞춤 길이었다.
급변하는 시대에 사람들 속마음은 느림을 그리워한다. 여유를 누리며 느림을 실천하기에 좋았다. 예전 흔적을 찾아보며 천천히 걸으면 심신의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지나던 바로 이곳이란다. 산과 물로 막힌 길이지만 걸어보면 공해로 찌든 도시인들이 편히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쉼터역할을 한다. 숲에 빼곡히 들어서있는 소나무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솔 향을 맡으며 그네, 그물침대, 출렁다리도 즐길 수 있었다.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져 삼림욕하기에 좋았다. 고인돌 형태의 바위들과 주변에 돌무지가 있는 고인돌쉼터,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며 목을 축이던 오솔길 옆 노루샘, 괴산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정자모양의 나무데크 전망대, 다래 숲 동굴 등 명소의 유래를 담은 나무 표지판이 정겹다. 중간에서 만나는 약수터는 물이 쏟아져 걸음을 멈추고 목을 축이게 한다. 깨끗한 자연의 나무향이 배어나와 누구나 편안히 걸으며 한가하게 보낼 수 있는 아름답고 멋진 길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첩첩산중 산에 가로막혀 산막이 마을로 명명됐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라 오지 중 오지로 사람의 발길도 뜸했다고 한다. 그러나 달천과 어우러진 기암괴석, 그리고 깎아지른 벼랑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지만, 수몰로 살기 힘들어진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나면서 길도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잊혀졌다. 그러나 전국에 도보길 열풍이 불면서 괴산군수와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억을 더듬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사은리 산막이 마을까지 덧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가미해 옛길을 복원했다. 가파른 경사면에는 나무데크를 깔고 호수가 보이는 전망대도 세웠다. 이 길이 처음 조성될 때 산막이 마을에는 3가구만 살고 있었으나 복원된 길이 인기를 모으면서 지금은 가구 수도 늘었다. 선착장 매표소 갈라지는 지점에 멋진 쉼터가 나오며, 갈참나무 두 그루의 가지가 붙은 연리목과 고인돌 쉼터가 나왔다. 이 연리목에는 백번 찾아오면 사랑이 실천된다고 적혀 있었으며, 괴산댐 수력발전소가 조망되었다.
괴산댐은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 기술로 건설된 수력발전소로 산막이 옛길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잠시 후 높이 소나무 출렁다리가 나왔다. 소나무 출렁다리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으며,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진행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망세루 전망대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 조망되었으며, 산막이 마을도 조망되었다. 다시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니 힘들고 위험한길과, 편하고 쉬운 길의 가림 길이 나와 힘들고 위험한 길이 조망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수련이 곱게 피어있어서 오가는 발길을 잡았다. 푸짐한 구찌 뽕 닭백숙도 이곳의 별미다. 지금은 뽕 요리를 웰빙 음식으로 개발하여 먹거리로 제공되니 일행은 출출하던 차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먹으며 만족했다.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자연을 느끼며 트레킹 하기에 호수를 끼고 도는 코스라서 더구나 스토리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무리되지 않는다.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했다. 임진왜란 때 순절한 김시민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일사와 근대 민족사의 한 획을 그은 소설 임꺽정의 저자이면서 괴산 독립운동가인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홍명희 고택, 개심사, 농다리를 두루 살려보고 알찬 하루로 글감을 가득 안고 돌아와 이 글을 쓴다.
누구나 꿈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새로운 것과 부딪치는 환상이다.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 보고 싶은 욕망이 떠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충동을 준다. 어디론가 떠남으로써 또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신발 끈을 매게 한다. 삶을 성찰하는 차원에서 영혼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또 다른 영혼을 만나는 것이다. 여행은 사색을 낳고 사색은 지식을 갖게 하고 지식은 용기를 갖게 한다. 지식과 용기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거대한 자연의 장중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의 의미는 크다. 인간적인 정이 싹트고 자연보다 인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현실이다. 팍팍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바로 여행의 가치다. 여행은 거짓과 미움 시기와 질투 증오 등 인간의 사악한 감정을 녹여버리는 뭔가가 있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마음의 첫 단추를 여는 것과 같다. 떠나고 싶은 열망, 미지의 세계를 향한 손내밈은 새로운 희망을 준다. 희망 찾아 또 떠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원을 섬기며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주신 임원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광진문협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청산에서
굽이치는 산중의 호흡소리
천상의 그 웅장한 울림이여!
세상 번뇌 끊어 주는
자연이 만드는 소리의 청량감
세상만사 잠긴 듯 고요하니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결치며
휘돌아 숨 쉬는 호흡마다
세파에 찌든 마음 정화시킨다.
저 맑게 흐르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만들어내는 삼중주
꽃대를 밀어올린 향연이
풍요를 알리는데
명상의 소리는 우렁차다.
심신을 맑혀 고요를 깨우고
청정의 숲 속 산새도 물소리에 깨어
시간의 징검다리 건너 낭랑해진다.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활력소 되어 끌어안는 속삭임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함께 가는 길
짙푸른 녹음 속에서 맑아지는 마음
구비굽이 흐르는 강과 산이 함께 있어
더욱 아름다운 수채화에 발자국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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